
16 7월 숨겨진 커리큘럼
스탠포드대 교육학교수 래리 큐번은 학교가 테크놀로지의 도입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다음 세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테크놀로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성적을 올릴 것이다. 둘째, 테크놀로지는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셋째, 테크놀로지는 학생들을 현대의 직업에 준비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 세가지 이유가 맞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추진했던 One Laptop per Child는 업청난 실패를 경험했고, LA학교이사회가 2010년 추진했던 65만명의 학생에게 모두 아이패드를 지급하고자 했던 계획은 1년 만에 포기했다.
돌이켜보면 에디슨, 케네디 등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 교육을 바꿀 것이라 예측했지만 그렇지 못하였다. 토드 오펜하이머의 책 The Flickering Mind 는 미국에서 실패한 다양한 교육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인류의 진보를 가져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첨단기술을 사용하면 마치 저절로 미래가 준비된다고 생각하는지, 반대로 첨단 기술이 사용되지 않으면 뒷처진 것처럼 생각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오랜동안 이러닝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많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도구들이 아날로그도구를 디지털로만 흉내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학습시스템에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토론방으로,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리포트메뉴로,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자료실로 가야하는 것은 교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구분하여 디지털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불편하고 학습자체 보다는 절차와 활동에 얽매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학습분석이 많이 논의된다. 마치 학습분석만 되면 맞춤형학습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지식의 전달만을 전제로 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 학습은 지식의 전달만이 목적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교사의 역할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념 중 Hidden Curriculum이라는 것이 있다. 교실환경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상호관계는 문서로 정리된 학습목표, 학습방법, 학습과정에서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온라인강좌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여도, 이 Hidden Curriculum은 구현해 낼 수 없다.
메이커교육을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Hidden Curriculum이다. 만드는 과정에서는 지식만 전달되지 않는다. 직접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으로 일어나며, 만드는 것 자체 이외의 지식과 경험이 전달된다.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서로 잡아주고, 움직이지 않게 받혀주는 과정,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느끼게 되는 물성에 대한 감각, 생각을 실현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생각과 현실의 차이에 대한 조정. 이들은 결코 온라인콘텐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이다.
나는 아이들이 디지털도구에 익숙해지고,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디지털도구가 결코 직접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 몸으로 경험해야 하는 기억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