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7월 융합적 사고와 교육에서의 시뮬레이션
융합적 사고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융합이라는 의미는 다른 무엇을 섞는다는 것입니다. 생각에 있어서 무엇을 섞어야 될까요? 융합적 사고에는 2가지 측면에서의 섞음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내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통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바라보는 관점만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의 이해를 통합한다는 의미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시대를 살아가야 함에 따라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느 쪽이 융합적 사고를 잘 하는가일 것입니다. 융합적 사고는 선형적인 사고가 아니라 입체적이며 때로는 차원을 넘는 사고입니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공식들이 있습니다. 편리하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쉬우면 많이 하게 된다. 신기하면 재미있어 한다. 이러한 선형모형 같은 이야기는 비즈니스에서 수도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창업을 컨설팅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합니다. 위의 방정식에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편리하지 않고 불편한 것들이 있습니다. 많이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있고, 재미있지만 새롭거나 신기하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많이 사용하는데는 편리성만이 평가요소가 되지 않고,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신기함만이 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문제는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연결이 늘기 때문입니다. 연결이 늘면 연결점이 늘고 그렇게 되면 서로 영향을 주는 요소가 급속하게 늘게 됩니다. 이렇듯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 하나의 유니버설 솔루션을 찾는 것은 어려워집니다. 연결의 속도와 양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지금 위와 같은 선형모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반영하고, 각 반영되는 변수의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해야 하며,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검증해야 합니다.
오랜 동안 교육을 해오면서 들어왔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쉽게 할 수 있도록 편리한 것을 제공하라는 것입니다. 키트에 대한 제안도 있었고, 조작에 있어서도 쉽게 할 수있는 방법을 제안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교육적 도구들이 있습니다. 교육효과를 높이고,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고,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도구들은 수천년의 교육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랜 동안 이어져 온 도구들의 핵심에는 교육의 본질인 배움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하나의 시나리오입니다.
어떤 복잡한 구조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쉬운 조작구조를 만들어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도구를 활용한 아이들이 무엇을 경험으로 남겼는가 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였는가 아니면 도구의 사용방법을 배웠는가이죠. 저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자가 아닌 후자만을 남기는 것을 경계합니다.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등 보드들에 점퍼케이블을 연결하고, 센서를 정확하게 연결하고, 적정한 코드를 입력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렵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미래 다양한 센서나 엑츄에이터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길 것을 알려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어려운 점퍼케이블이나 전선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쉽게 연결되는 구조의 도구를 만듭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 도구로 아이들에게 각종 모터, 센서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해 했고,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고 싶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도구는 원래 이해를 쉽게 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 진짜 무엇이든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어리다고 생각하고 어른과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연결의 확장은 정보의 확장을 의미하며, 이미 아이들은 과거를 살았던 어른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위한 도구가 아닌 진짜의 것을 어떻게 알려 줄 수 있는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쉬우면 재미있고, 교육적 목적을 가진 도구가 유용하다는 방정식은 융합적 사고의 시대 다시 한번 제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남감은 시뮬레이터입니다. 중세시대 놀이터를 그린 그림을 보면 어른이 되어 살아갈 미래를 준비하는 것들을 하고 놉니다. 나무칼로 하는 칼싸움, 소꼽놀이, 신체적 단련 등이 그것입니다. 시뮬레이터의 전제는 시뮬레이션 할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마치 진짜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지요. 그럼 우리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시뮬레이션해야 할까요? 모릅니다. 그렇기에 진짜 삶 속에서 진짜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 경험으로 지금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미래의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지식과 능력이 부족하고, 무엇인가를 채워야 하는 빈 그릇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미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가 들어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서랍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서랍을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차곡차곡 쌓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멋진 자신만의 서랍을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활동하면서 가능하면 어른이 사용하는, 진짜 도구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아이이고 학생이니까 교육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 진짜 경험을 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힘드니 쉽게 하자고 하지 않고, 힘들지만 배워보자라고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진짜 삶을 위하여.